중년 청바지 직수입 코디 전문점 ‘코랄’ 대표 윤상필

청바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청춘’이다. 오랜 시간 계속해서 형태도, 의미도 변화해왔지만 여전히 청바지는 젊음을 상징한다.

그래서일까.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이지만, 누군가는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가볍고 영(young)해 보인다’는 이유로 쉽게 시도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곳이 있다.

중년을 위한 청바지 숍, 코랄이다. 중년 청바지의 핵심인 편안함을 살리고, 디자인적인 디테일을 추가해 패션의 기능도 더했다. 이곳에서는 청바지를 입은 모두가 청춘이다.

- 청바지와 산호초, 그 특별한 관계

몇 번의 골목을 지나쳐 마주한 작은 가게였다. 가게 앞에 놓인 옷걸이에는 다양한 모양과 컬러의 청바지가 여러 장 걸려 있었다.

중년을 위한 청바지 숍인 이곳의 상호명은. 청바지와 산호초라니, 다소 이질적인 조합의 이 이름은 이곳을 운영하는 윤상필 대표와 연관이 있다.

40년 경력의 스쿠버 다이버로, 최초로 백두산 천지에서 스쿠버 다이빙에 성공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왜 청바지일까. 오랜 시간동안 스쿠버 다이버로 살다가 청바지 숍을 열게 된 계기가 문득 궁금해졌다. “청바지에 대한 관심은 늘 있었어요. 청바지 하면 아무래도 활동성이잖아요.

우리 다이버들은 물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딱히 차려 입을 일도 별로 없어요. 그렇다보니 평소에는 청바지를 자주 입었죠. 뭐 묻을까 신경 쓸 일도 적고, 코디하기도 편하고요.”

- 핵심은 밑위길이

청바지 숍을 열기로 마음먹고, 본격적인 시장조사에 나섰다. 대다수가 젊은 층을 위한 청바지로 중년들이 입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그나마 있던 청바지 디자인도 일명 ‘배바지’ 스타일에, 허리선에 두 개의 주름이 잡혀 있는 전형적인 아저씨 바지였다. 결구 해외에서 수입을 해오기로 결정.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직접 해외 브랜드 측에 오더를 넣는데, 다품종소량이다 보니 계약을 성사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 “선진국의 청바지는 점차 밑위길이가 짧아지고 있어요.

27.5cm 정도인데, 물론 젊은이들을 위한 청바지는 24~25cm로 그것보다는 깁지다만, 중년층은 기성복을 입던 버릇이 있어서 밑위길이가 길어야 편안함을 느낍니다.

특히 배가 나온 경우에는 밑위가 짧은 겻을 입으면 매우 불편하죠. 때문에 재오더가 필요합니다. 근데 대량생산하는 브랜드에서는 만 장 이상의 청바지를 뽑아내야 생산성이 있어요. 몇백 장에 불과한 우리의 주문량은 샘플 정도라 다들 꺼려했죠.”

- 본인의 취항대로

열심히 발품을 판 덕분에 독특한 청바지를 다수 갖춘 이곳 코랄은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획일화된 시중의 청바지들과는 달리, 자수 등의 디테일을 더하고 원단 소재 등에 차별화를 두었다.

또, 인체공학적 패턴의 바느질을 통해 편안함도 한결 업그레이드 했다. “청바지를 세 번 이상 입어본 사람들은 패치나 포인트 등 디테일에 신경을 써요. 청바지라고 해서 다 같은 청비지가 아니거든요.

10개 이상을 소유한 멋쟁이 중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고객들 대다수가 그러한 청바지 마니아들이에요. 보통 중년들은 옷을 살 때 아내가 결정권을 가집니다. 하지만 저희 단골손님들은 본인 취향대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일까. 대로변에 있지도 않고, 주변에 다른 쇼핑공간이 있지도 않은 이 조용한 동네에서 과연 장사가 될까 싶었는데, 곧 괜한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약 2시간 동안, 그것도 평일 낮 시간에, 4명의 손님이 이곳을 다녀간 것이다.

그중 꽤 눈에 띄는 한 손님이 있었는데, 카키색 항공점퍼에 그레이 컬러 진, 중절모에 검은색 롱부츠를 매치하여 70세에 가까운 나이가 무색할 만큼 차림새가 근사했다.

해외 스트리트 화보가 남부럽지 않은 순간이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이곳을 들르는 단골이란다. 평소에도 이렇게 손님이 많으냐고 물어보니 ‘그러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너무 멀어 미처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온라인으로 주문한다고. 신기한 것은 블로그나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 판매하고 있지만 스스로도 한 번에 찾기 힘들만큼 검색이 어려운데도 곧잘 주문이 들어오는 것이다.

아마도 중년의 취향에 딱 맞는 청바지를 이곳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일 테다(이는 자녀들의 역할도 컸다. 그래서 최근 ‘아빠를 위한 추천 선물’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했다). 코랄에서 계속해서 이곳을 방문해서 만드는 마력이 있다. 한 번도 구매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구매한 사람은 없다고 할까.

- 다시 한 번, 청춘!

중년 청바지 숍이지만 재킷이나 티셔츠, 신발 등 다른 아이템도 많다. 이유를 물어 보니 청바지는 모든 곳과 잘 어울리지만 디자인에 따라, 컬러에 따라, 그리고 체형에 따라 어울리는 아이템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티셔츠를 입느냐, 셔츠를 입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피팅할 때 코디 조언을 하는 편인데, 특히 비포애프터 사진을 찍어 그 차이를 직접 느껴볼 수 있도록 하니, 반응이 꽤나 좋습니다.” 코디 조언 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기장이다. 기장을 정확히 맞춰야 그 어떤 상의를 입어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중년에게 청바지는 옛 추억의 아련함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패션은 (물론 중요하지만) 둘째다. 다시 한 번 청춘을 누리고 시픈 마음인 것이다.

청바지의 기본 컬러는 크게 블루, 그레이, 블랙의 세 종류인데,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역시 전형적인 리바이스 청바지 컬러인 인디고블루다. 일명 ‘쌍마표 청바지’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 제일 먼저 시선이 머무른다고.

등산복이라는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가 쏟아지는 요즘, 청바지에서 그만큼의 편안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년들이 계속해서 청바지를 찾는 이유는 청바지로 멋을 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때문이리라. 오늘, 청춘의 한복판에 서 있던 그때 그 시절의 우리네 아버지를 생각하며 청바지 하나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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